
총알과 박격포가 다시 날아든 국경
태국과 캄보디아가 잠시 누그러뜨렸던 갈등에 다시 불이 붙었다. 9월 28일, 태국 우본라차타니주 인근 총안마 지역에서 양측 군대가 서로를 향해 총격을 주고받았고, 일부 지역에서는 박격포까지 동원된 것으로 전해졌다. 태국 측은 캄보디아가 먼저 소총과 유탄을 발사하며 도발했다고 주장했고, 이에 맞서 대응 사격을 지시해 간헐적인 교전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캄보디아는 태국이 먼저 자국 북부 안세 지역을 공격했다고 맞섰다. 아직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지만, 지난 7월 말 어렵게 합의했던 휴전이 단숨에 무력화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양국 사이에 쌓인 긴장은 다시 팽팽하게 당겨지고 있다.

외교의 장으로 번진 책임 공방
이번 교전을 둘러싼 양국의 책임 공방은 국경을 넘어 국제 외교 무대까지 번지고 있다. 태국은 캄보디아가 의도적으로 반격을 유도하고, 이후 자국의 방어를 침략으로 포장하려 했다는 의심을 제기했다. 반면, 캄보디아의 훈센 전 총리와 그의 아들은 태국의 선제공격설을 주장하며 “우리 군엔 절대 대응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입장 차는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캄보디아는 미국의 중재에 감사를 표하며 태국이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이에 태국은 “거짓말을 하고 피해자 행세를 한다”고 반격에 나섰다. 양국 모두 유엔을 통해 자국 입장을 관철시키려는 움직임이지만, 되레 갈등의 골만 더 깊어지는 형국이다.

협력의 싹마저 짓밟힌 현실
더 안타까운 건 양국이 최근까지 협력의 실마리를 조금씩 만들어가던 중이었다는 점이다. 9월 초까지만 해도 태국과 캄보디아는 국경 인근에 설치된 중화기를 철수하고, 공동으로 지뢰 제거 작업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양국 간 제2차 국경위원회 회의도 30일 이내에 열기로 잠정 합의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 교전으로 관련 협의는 사실상 백지화된 것으로 보인다. 지뢰 제거는 단순한 기술적 작업을 넘어 상호 신뢰가 전제되어야 가능한 사안이다. 총격전이 벌어진 지금 상황에서 다시 손을 잡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는 평화 프로세스를 겨우 시작하려던 노력 자체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작은 전쟁, 큰 불씨가 될 수 있다
국제사회도 이번 사태를 주목하고 있다. 이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해 전 세계 안보 환경은 불안정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동남아에서까지 군사 충돌이 반복된다면 지역 안정을 넘어 글로벌 군사적 긴장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태국과 캄보디아는 아세안 주요 국가로서, 이들 사이의 무력 충돌은 아세안 내부의 균열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무엇보다 이런 군사 충돌이 반복되면 난민과 피난민 문제까지 불거지며 인도적 위기로 번질 수 있다. 7월 당시 30만 명 이상의 피난민이 발생한 것을 떠올리면, 이번 사태가 또 다른 인도적 재난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평화를 유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지금은 양측 모두 감정을 거두고 외교 채널을 복원해야 할 시점이다. 책임 공방만으로는 평화는 결코 유지되지 않는다. 총격전이 발생했더라도 서로의 자제와 절제된 대응이 이어져야만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수 있다. 중재자 역할을 자처했던 미국이나 말레이시아 같은 제3국의 개입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번 충돌을 단순한 국경 문제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자칫하면 또 하나의 지역 분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도 즉각적인 관심과 압박을 통해 사태를 진정시켜야 한다. 지금 이 시점이야말로, 불씨를 꺼뜨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