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회의에서 터져나온 ‘차세대 동력’의 정체
일본 방위성이 설치한 전문가 회의에서 핵잠수함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식적으로 제기되었다. 지난 2월 발족한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와 관련한 전문가 회의’는 최근까지 진행된 논의 내용을 정리한 보고서를 나가타니 겐 방위상에게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러시아, 중국, 북한의 전략적 연계를 언급하며, 기존 안보 환경이 상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적 기지 공격 능력, 즉 반격 작전을 실현하기 위해선 장사정 미사일을 탑재한 ‘차세대 동력’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 표현을 두고 핵잠수함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이라 해석하고 있다. 보고서에선 명확하게 ‘핵추진’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지만,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본이 갖춘 기술력, 이제는 ‘핵추진’으로 이어질까
일본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재래식 잠수함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다. 타이게이급과 소류급 잠수함은 고성능 리튬이온 배터리를 활용해 장시간 작전이 가능하고, 은밀성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재래식 잠수함이라도 핵추진 잠수함이 제공하는 무제한 작전 시간과 높은 속도, 장거리 기동성에는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최근 일본이 추진 중인 ‘적 기지 공격 능력’ 확보 전략은, 은밀하게 침투해 장사정 미사일을 적진 깊숙이 발사할 수 있는 플랫폼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작전개념을 구현하기 위해선 자연스럽게 핵잠수함이라는 선택지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본 내부에서도 핵연료 기술이나 잠수함 설계 능력은 충분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으며, 결국 정치적 결단만 남은 셈이다.

동북아 핵잠수함 경쟁, 더 거세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동북아에서 핵잠수함을 보유한 국가는 중국뿐이었다. 중국은 091형을 시작으로 093형, 094형까지 다양한 핵잠수함을 보유하고 있고, 최근에는 더 조용하고 정밀한 신형 모델을 개발 중이다. 북한도 기존 재래식 잠수함인 김군옥영웅함을 마지막으로 핵추진 기반의 잠수함 건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러시아로부터 일부 핵잠 관련 기술을 넘겨받았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일본까지 본격적인 핵잠수함 개발에 돌입하게 된다면, 동북아시아는 미국을 제외하고도 자체 핵잠 보유 국가가 줄줄이 등장하는 새로운 군비 경쟁의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특히 일본의 기술력이 갖는 파급력을 생각하면, 이 흐름은 단기간에 급속히 확대될 수 있다.

방위 산업·예산도 손질…평화헌법의 변곡점
핵잠수함 검토는 일본 안보정책 변화의 일부일 뿐이다. 일본은 그동안 평화헌법에 따라 살상 무기를 수출하지 않았고, 감시나 구조, 수송 등에 한정된 장비만 해외에 판매해왔다. 그러나 전문가 보고서는 이 제한조차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일본은 모가미급 호위함을 ‘소해 능력 우수’라는 명분으로 호주에 수출하려 했고, 이는 해군 전력을 사실상 수출한 셈이다. 여기에 보고서는 방위비 예산도 GDP 대비 2%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일본은 2027년까지 2%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번 보고서는 더 과감한 확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일본이 단순한 방위력 강화에서 벗어나, 자위대를 실질적인 군대로 변모시키는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북아 안보 균형, 어디까지 흔들릴까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 검토는 단순한 무기 체계 변화가 아니다. 이는 동북아 전체 안보 균형에 영향을 줄 중대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즉각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일본의 핵잠 도입은 분명히 긴장을 불러올 사안이다. 북한 역시 핵추진 잠수함을 통한 전략 도발 가능성을 높이고 있고, 미국은 일본의 방위비 증가와 전력 확충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 모든 변화가 결국 한반도와 동중국해를 중심으로 한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쪽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일본이 핵추진 플랫폼을 갖추게 되면, 향후 핵무장 논란까지 이어질 여지도 있다. 지금 일본이 꺼낸 ‘차세대 동력’이라는 화두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지역 안보 질서 전체를 뒤흔드는 시발점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