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2026 국방전략(NDS)과 ‘유료 안보’ 선언
미국이 최근 발표한 **2026 국방전략보고서(NDS)**는 세계 안보 전략의 전환을 공식화했다. 과거 미국이 스스로 ‘세계 경찰’ 역할을 자처하며 동맹을 보호해 온 방식에서 벗어나, 안보를 일종의 ‘유료 구독 서비스’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을 담고 있다. 단순히 방위비 분담비율을 논하는 것을 넘어, 돈을 내지 않으면 보호를 기대하기 어려운 새로운 동맹 운영 원칙이 자리 잡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러한 선언은 미국이 세계 질서의 중심 역할을 일부 포기하고, 동맹 국가들에게 안보 책임을 분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왜 한국을 주된 사례로 언급했나
NDS는 전 세계 주요 동맹국에 대해 새로운 역할 분담을 요구하면서도 특히 한국을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보고서가 한국을 지목한 배경에는 한국이 안보 불안에 민감하고 외교적 유연성이 떨어지는 ‘비탄력적 수요자’라는 인식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다. 미국 내 일부 전략가들은 한국이 안보 의존도가 높고,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 또한 깊다는 점을 트럼프 행정부가 ‘약점’이자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요소로 본 것으로 해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은 한국을 통해 유럽과 일본 등 다른 동맹국에도 압박을 가하려는 고차원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는 평가도 제기된다.

안보뿐 아니라 기술·산업 협력의 게임
NDS의 변화는 단순한 방위비 문제를 넘어서 산업·기술 협력 문제까지 영향을 미친다. 미국은 한국을 단순한 ‘안보 소비자’로만 보지 않는다. 한국은 세계적인 방산 제조 능력과 첨단 기술 기반을 가진 국가로, 미국이 자체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조선·정비·첨단 전자전 시스템 분야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한국의 기술·인프라를 비교적 낮은 대가로 공동 활용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지니고 있을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나온다. 누가 협력의 ‘주체’가 되는가, 그리고 공정한 대가에 기반한 협력이 이루어질 것인가를 놓고 한국 내부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줄타기 외교’ vs 자율적 전략 선택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의 중국과의 경제적 밀착 관계를 경계하며 이를 ‘친중적 줄타기’로 해석하는 경향을 보인다. 호주 사례를 비롯해 경제적 친중 성향이 외교 전반에 영향을 주는 상황을 우려하며, 한국이 공개적으로 미국과 협력하는 동시에 중국과 경제적 유대 관계를 유지하는 이중 전략은 미국의 전략관에서 용납되지 않을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러한 외부 압력 속에서 한국은 외교·안보 전략을 단순히 줄을 서는 선택에서 벗어나 ‘능동적 주도권 확보’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살아남는 길: 국방 R&D 중심 전략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다. 트럼프는 비즈니스적 접근을 중시하는 성향이 강한 지도자로 평가된다. 적절한 거래가 성사된다면 한국은 국방비 부담을 단순 지출로 소모하지 않고, R&D 투자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
역대 협상에서 한국이 핵추진잠수함 개발 허가 등 전략 기술 분야에서 실익을 얻어낸 사례는, 국방 협력이 미래 성장산업과 연결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다. 자율주행, 인공지능, 바이오 기술(mRNA) 등 오늘날 핵심 기술들은 원래 군사 연구에서 파생된 기술이라는 점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외형적 방위비 지출 경쟁에만 매몰되지 않고, 국방 R&D를 미래를 위한 투자로 전환함으로써 장기적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세계 질서가 돈으로 움직이는 시대에 줄을 설 것인가, 중심을 잡을 것인가는 결국 한국이 선택해야 할 전략적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