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측 철책 기준 분할관리, 국방부의 절충안
국방부가 최근 미국 측에 전달한 DMZ 관련 제안은 이례적이다. 군사분계선(MDL)에서 남쪽으로 2km 떨어진 DMZ 남측구역 중, 남측 철책 이남 지역을 한국군이 관할하고 그 북측은 유엔사가 담당하는 방식이다. 이 구상은 단순히 비군사적 목적으로 DMZ를 구분하던 기존 여당의 DMZ법보다 구체적인 지역 분할 방식이다. 특히 GOP 등 실제 한국군이 주둔하는 지역에 대해 승인권을 확보하겠다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다. 전체 DMZ 남측 구역의 약 30%가 한국군 관리로 전환될 수 있는 만큼,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된다. 국방부는 이 사안을 한미간 주요 안보 협의체에 정식 의제로 상정할 계획이다.
2007년 이미 합의된 출입 승인, 다시 부각
이번 국방부 제안의 근거로는 2007년 제39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있었던 기존 합의가 다시 조명되고 있다. 당시 유엔사와 한국군 간 DMZ 출입 승인 권한 조정이 명시적으로 논의됐고, 한국 측의 역할 확대가 거론됐다. 법조계 역시 이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의견서를 통해 “정전협정 개정 없이도 내부 권한 조정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정전협정 1조 9항이 적대행위 방지를 위한 조항인 만큼, 평화적 활동의 주체를 조정하는 것은 협정 위반이 아니라는 해석이다. 이는 향후 DMZ 관할 문제 해결의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유엔사, 원칙론 내세우며 사실상 반대
유엔사는 국방부 제안에 대해 명확한 수용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발표한 공식 성명에서 “DMZ는 유엔사가 1953년부터 관리해온 영역”이라며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유엔사는 정전협정 1조 10항을 근거로 민사·행정 권한까지 유엔군사령관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 정부 역시 지난 수십 년간 이 체계를 인정해왔다고 강조했다. 유엔사는 현재까지도 해당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며, 국방부 제안에 대한 수용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로 인해 관할권 조정 논의는 단기간 내 결론에 도달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DMZ 평화의 길 재개방, 현실로 다가오나
관할권 분할이 성사될 경우, DMZ 평화의 길 재개방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 파주, 철원, 고성 등 3개 구간은 안보 상황을 이유로 폐쇄된 상태이다. 그러나 철책 이남까지 한국군이 직접 관리하게 되면, 최소한 철책 안쪽 구간부터라도 개방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 정부는 이를 ‘신뢰 회복’의 상징적 조치로 활용할 계획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고성A코스 현장 방문 당시 관련 구상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국방부가 관할권 협의를 진행하는 배경에는 이러한 민간 교류 공간의 확대 의지도 포함되어 있다. 다만 실제 재개방 시점은 유엔사와의 협의에 따라 유동적이다.

관할권 아닌 통제권? 권한 구조 재정립 필요
현재 DMZ를 둘러싼 논쟁은 단순한 통제 범위를 넘어서 법적 권한 구조에 대한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정전협정이 정한 권한과 한국군의 실질적 작전 영역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엔사가 DMZ 내 민사·행정까지 책임진다는 조항은 있지만, 한국군이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지역은 GOP부터다. 국방부는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한 절충안으로 철책 기준 분할을 제안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DMZ 관할권 문제를 ‘국제협정 이행’과 ‘주권 행사의 균형’ 관점에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단순한 행정 구분이 아닌 전략적 구조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