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조 원 투입하고도 실전 배치 실패
영국이 차세대 장갑차 전력으로 추진한 에이잭스 장갑차 프로젝트가 장기간 난항을 겪고 있다. 영국은 약 15년에 걸쳐 8조 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했지만 아직까지도 해당 장갑차를 실전에 배치하지 못한 상태다. 이 사업은 원래 영국 육군의 정찰 능력을 크게 강화할 핵심 장비로 기대를 모았지만 개발 과정에서 여러 기술적 문제와 일정 지연이 반복되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영국 정부와 군 당국은 이 사업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으며 2029년까지 완전 운용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대형 방산 사업을 중도에 폐기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소음과 진동으로 병사들 건강 이상
에이잭스 장갑차가 논란의 중심에 선 이유는 심각한 소음과 진동 문제 때문이다. 지난해 시험 운용 과정에서 장갑차에 탑승했던 30여 명의 영국군 병사들이 구토와 발작, 이명 등의 증상을 호소하면서 운용이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장갑차 내부에서 발생하는 진동이 기준치를 크게 넘어섰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일부 병사들은 장시간 탑승 자체가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병사들의 건강과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졌다. 결국 영국군은 장갑차가 초기 작전 능력을 확보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인 실전 배치를 미루게 되었다.

4년째 해결 못한 구조적 결함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결함이 이미 수년 전부터 발견됐다는 점이다. 에이잭스 장갑차의 소음과 진동 문제는 2021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후 영국군은 다양한 개량 작업과 정비를 진행하며 문제 해결을 시도했지만 2025년이 된 지금까지도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일부 장교들은 장갑차가 기본적인 진동조차 제대로 억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좌석 패드를 추가하거나 장비 일부를 조정하는 방식의 개선책이 시도됐지만 이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전면 재설계 요구하는 전문가들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장갑차 구조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차체 구조와 엔진 장착 방식, 주행 장치 등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유압식 서스펜션을 적용하고 차량 구조를 대폭 변경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그러나 영국군 결정권자들은 이러한 전면 재설계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만약 설계를 다시 진행할 경우 시제품 제작과 성능 시험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 사업 일정이 더욱 늦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일정 지연을 우려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선택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9년 전력화 목표지만 우려 커져
영국은 현재 2029년까지 에이잭스 장갑차의 완전 운용 능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유지하고 있다. 완전 운용 능력 확보는 단순히 장비를 배치하는 것뿐 아니라 이를 운용하는 병력의 훈련과 운영 체계까지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계획대로 2029년에 전력화가 이루어지더라도 해당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약 20년이 지난 시점이 된다. 그 사이 전장 환경은 크게 변화했고 드론과 무인 지상 차량 같은 새로운 전력 개념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궤도형 장갑차인 에이잭스가 이미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장갑차가 실전 배치 시점에 이미 구식 장비로 평가받을 가능성까지 제기하며 영국 방산 정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남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