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 장기화 속 트럼프 ‘사면초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함께 진행 중인 대이란 군사 작전 속에서 국내외 압박에 동시에 직면하고 있다. 전쟁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치적 부담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개전 직후 이란 공격 기간을 약 4주 정도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백악관은 이번 군사 작전이 4~6주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입장을 수정했다.
애초 3~4주 안에 끝날 것으로 예상됐던 전쟁이 확전 양상으로 흐르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상군 투입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메네이 제거 이후 예상과 다른 전개
미국은 작전 초기에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제거에 성공하면서 단기간에 이란 정권이 붕괴할 가능성을 기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상황은 예상과 다르게 전개됐다.
이란은 빠르게 지휘 체계를 재정비하고 반격에 나섰다. 특히 하메네이의 차남인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새 최고지도자로 부상하면서 정권이 오히려 결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은 단기 승리 전략 대신 장기전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미국 내부 정치 부담 확대
문제는 전쟁이 미국 국내 정치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중동 전쟁이 미국 유권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했고 이는 미국 내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이미 높은 물가로 불만이 쌓여 있던 미국 국민들에게 전쟁은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MAGA’ 진영에서도 분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지지자들은 이번 전쟁이 ‘미국 우선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판하고 있다.

동맹국들도 불만 고조
미국의 동맹국들 역시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전쟁으로 미국의 무기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기존 계약 물량의 공급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이미 많은 군수 물자가 사용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중동 전쟁은 미국의 군수 능력을 압박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 동맹국들은 미국이 중동 전쟁에 집중할 경우 자국이 주문한 무기를 제때 공급받지 못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의 세 가지 출구 전략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고려할 수 있는 출구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거론된다.
첫 번째는 조건부 승인 방식이다.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새 최고지도자로 자리 잡는 상황에서 미국의 요구를 일부 수용할 경우 이를 승리로 선언하고 전쟁에서 철수하는 시나리오다.
두 번째는 이스라엘 중심의 전쟁 구조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지상전을 맡기고 미국은 공중 지원 중심으로 역할을 축소하는 전략이다.
세 번째는 정치적 선언을 통한 조기 종전이다. 이란의 반격 능력이 약화됐다고 선언하고 전쟁 종료를 발표하는 방식이다.

천문학적 전쟁 비용 부담
전쟁 비용 역시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는 개전 이후 100시간 동안 미국이 약 37억 달러를 전쟁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에 전쟁 직전 중동 지역에 군사력을 대규모로 배치하는 과정에서 약 6억 달러 이상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합치면 개전 초기 100시간 동안 최소 43억 달러 이상의 비용이 사용된 셈이다.
이는 한국의 연간 국방예산의 약 10분의 1 수준에 해당하는 규모다.

최악의 시나리오도 거론
일부 전문가들은 더 극단적인 시나리오도 제기하고 있다. 미국 역사학자 로버트 단턴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중간선거를 연기할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그는 미국 사회가 전쟁과 정치적 분열 속에서 매우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에서도 미국인의 60~70%가 최근 전쟁과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 언론 인터뷰에서 중동 전쟁 종료 시점은 네타냐후 총리와 공동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최종 결정권은 자신에게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전문가들은 중동 전쟁의 향방이 미국 국내 정치와 국제 질서 모두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